피부경화증(경피증) 

  
피부경화증이란 무엇입니까? 
‘딱딱한 피부’라는 뜻의 피부경화증(이하 경피증)은 피부나 내부 장기를 연결, 지지하는 결합조직 성분(콜라겐)이 과다하게 축적되어 피부가 두꺼워지는 병입니다. 경피증은 피부를 침범하는 형태에 따라, 신체의 특정 부분만을 침범하는 국소성 경피증과 전신을 침범할 수 있는 전신성 경피증, 이렇게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국소성 경피증은 가끔 피부 아래에 있는 근육 등을 침범할 수는 있으나 대부분 피부에 국한되며 전신성의 형태로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이 병은 피부의 일부분이 비대칭적으로 딱딱하게 변하는 것인데, 둥근 무양의 반상공피증(morphea), 선 모양의 선상공피증(linear scleroderma) 등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전신성 경피증은 피부뿐만 아니라 폐, 심장, 위장관, 신장 등 여러 내부 장기들을 침범할 수 있어 더 위험한 병입니다. 전신성 경피증은 다시 제한형과 미만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한형 경피증은 피부 경화가 신체 특정 부위 (손가락, 손, 얼굴, 다리) 에 대칭적으로 오고 보통 천천히 진행합니다. 많은 경우에 피부가 두꺼워지기 전 수년 전부터 추위에 노출되었을 때 색깔이 변하는 레이노현상이 선행하곤 합니다. 한편 미만형 경피증은 피부 경화가 손, 얼굴, 가슴, 배 등 전신에 대칭적으로 비교적 급속하게 생깁니다. 또 피부 증상뿐만 아니라 혈관이 좁아짐으로써 오는 증상, 또 폐나 위장관 등 몸속 장기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흔한 병인가요? 
경피증은 매우 드문 병입니다. 미국의 경우 1년에 백만 명 당 4-12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30-50대에서 가장 많이 생기는데, 여자가 남자에 비해 3-5배 이상 더 많이 발생합니다. 
  
경피증은 왜 생기나요? 
  
경피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으나,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콜라겐이나 세포외 기질단백이 과도하게 생산되어 침착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한편, 특정한 화학물질(톨루엔, 벤젠, 비닐 클로라이드, 실리카 등)도 발병과 연관이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나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분류에 따라 피부에만 증상을 보일 수도 있으나 많은 환자들은 피부 이외에도 여러 장기에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1) 레이노 현상 
보통 병의 초기에 생기며 전신성 경피증 환자의 95%에서 경험합니다. 이것은 주로 추위나 진동, 스트레스 등에 의해 유발되는데, 동맥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되어 피 순환에 일시적인 장애를 보이는 현상입니다. 손가락, 발가락, 때때로 코끝이나 귓불에 혈액순환이 안 되어 피부색깔이 처음에는 하얗게(창백하게) 되고, 이어서 푸르게 변하며, 혈관이 다시 확장되면서 붉게 변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전형적인 변화가 아니더라도 다음의 현상들이 있으면 레이노 현상을 의심할 수가 있습니다. 
- 손가락이나 발가락 혹은 코끝이나 귓불이 추위에 민감하다. 
- 손가락이 창백해지거나 푸르게 변한다. 
- 손가락이 차고 감각이상과 더불어 통증이 발생하며 따뜻하게 하면 피부 색깔이 다시 붉게 돌아오면서 통증이 회복된다. 

2) 피부증상 
대부분의 환자에서 볼 수 있는데, 처음에는 손가락을 비롯한 손, 발, 팔, 얼굴이 붓는 현상이 나타나고 피부가 두꺼워지고 딱딱해져서 손을 쥐기가 힘들어집니다. 
반복되는 레이노 현상과 함께 피부가 검게 변할 수도 있습니다. 병이 진행되면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 상처가 잘 생기고 잘 낫지 않으며, 결국에는 끝이 손상되어 손톱, 발톱이 없어지거나 손가락 길이가 짧아질 수도 있습니다. 

3) 관절과 근육 증상 
아침에 손이 뻣뻣해지는 조조강직이 있고, 관절이 붓고 통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류마티스관절염과 구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관절 주위의 근육이 약해질 수도 있으며,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기기도 합니다. 

4) 소화기 증상 
식도 운동장애와 함께 위 및 장의 운동기능이 저하되어 상복부 불쾌감, 식도역류현상, 속쓰림을 호소하기도 하고, 변비, 설사, 복통 등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특히 약 반수에서식도의 운동장애가 생기는데 심하면 음식물을 삼키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5) 심장 및 폐 증상 
심장을 싸고 있는 심낭에 염증이 생기는 심낭염은 흉통을 야기하고, 심장근육의 침범은 심장기능을 저하시켜 호흡곤란 등의 심부전 증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다양한 부정맥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폐의 조직이 점점 굳어지는 폐섬유화가 이 질환의 특징적인 폐병변입니다. 폐섬유화가 진행됨에 따라 마른기침, 운동시 호흡곤란을 나타내기도 하고, 나중에는 폐동맥고혈압이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폐침범은 제한형 및 미만형 경피증 환자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환자의 예후에 주된 영향을 미치므로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를 요하는 증상입니다. 

6) 신장(콩팥) 증상 
신장 침범은 미만성 경피증 환자에서 잘 생기는데, 혈뇨, 단백뇨을 보일 수 있으며,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용혈성 빈혈,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급성신부전, 경련, 고혈압성 뇌병변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7) 전신 증상 
피로감, 식욕부진, 체중감소, 그리고 열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8) 기타 증상 
안구 및 구강건조증,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동반할 수 있으며 만성 질환으로 인해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진단하나요? 
  
레이노 현상과 전형적인 피부 병변이 있으면 전문의에 의해 쉽게 진단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레이노 현상이 곧 경피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여러 가지 증상과 신체진찰, 그리고 면역학적인 검사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종합하여 진단하게 됩니다. 한편 내부 장기의 침범 여부와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폐기능검사, 폐단층촬영(CT), 위내시경이나 식도운동검사 등을 사용합니다. 
  
병의 예후는 어떻게 되나요? 
제한형 경피증은 미만형에 비해 대체로 예후가 양호하지만, 폐침범 등의 정도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미만형의 경우 심자, 폐, 신장 등의 주요장기 침범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5년 생존율이 50-70%정도이지만, 주요장기 침범이 없는 경우에는 90%이상 생존할 수 있습니다. 피부는 병이 경과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부드러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현재로서는 원인이 되는 콜라겐과 세포외 기질들의 과다생성을 완전히 억제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완치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치료의 주된 목표는 증상을 완화하고 더 이상의 장기 손상을 막는데 있습니다. 

1) 일반적인 주의사항 
- 몸을 따뜻하게 함으로써 팔, 손, 발로 가는 혈관을 확장시켜 원활한 혈액공급이 이루어 지도록 합니다. 즉 추운 날씨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모자와 장갑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면으로 된 옷은 땀을 흡수함으로 땀으로 인한 열 손실을 막는데 도움이 됩니다. 
- 피부 건조를 방지하는 비누나 크림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담배는 혈관수축과 혈류량 감소를 초래하므로 끊어야 합니다. 
- 규칙적인 운동은 피부를 유연하게 하고 혈액공급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주어 있거나 통증이 있는 관절은 과도하게 압력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합니다. 

2) 약물치료 
- 디페니실아민은 피부가 두꺼워지는 것을 감소시키고 내부 장기의 손상을 완화시켜 도움을 줄 수가 있습니다. 
- 관절통이나 종창에 대해서는 비스테로이드항염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혈관 확장 및 혈류 유지를 위해 칼슘통로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 폐나 심장, 신장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있을 경우에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나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경피증은 질병의 형태에 따라 매우 다양한 경과를 보이는데, 적절한 생활 및 약물요법으로 충분히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며, 치료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합병증과 내부 장기 손상을 예방 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